사용법을 알아보았다 / 소간의


(어떤 표)

1.1 도입

<사용법을 알아보았다> 시리즈는 작성자인 와플이 자료들을 찾아다니면서 조선시대 천문의기들의 사용법을 공부하는 시리즈이다. 목적은 나의 창작 활동을 위해 나의 사이트에 가독성 높은 자료를 정리하고, 그 레퍼런스가 될 자료들을 한데 모으기 위해서이다.

새로 올리는 자료들에는 비정상적으로 당시의 과학 및 기술을 높이 평가하는, 소위 말하는 '국뽕 양념'을 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무턱대고 이들을 찬양할 생각도, 폄하할 생각도 없고, 장점과 한계를 명확히 하는 형식으로 쓰고자 한다.

1.2 소간의의 구조


[그림 1.1]

[그림 1.1] 은 <소간의>를 검색하면 흔히 찾을 수 있는 이미지의 축약이다. 일반적으로 용 머리 두 개에 각각 두 개의 기둥을 꽂아 넣고, 각각의 기둥에 원형 틀 2개씩이 꽂혀 있는 형태이다. 그러나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점 중 하나는,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이 기구를 실제 사용할 때에는 이와 같은 형태 그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사람들은 오히려 [그림 1.1] 과 같은 상태의 소간의를 낯설어할지도 모른다. 실제로는 이 두 기둥 중 하나만을 용도에 맞게 꽂아서 사용했다고 한다.

보이는 바와 같이, [그림 1.1] 의 기둥들은 두 방향으로 뻗어 있다. 하나는 천정(Zenith) 방향으로, 또 다른 것은 북극성 방향이다. 이것은 기둥뿐 아니라 수직으로 세워진 원의 회전축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수직과 수평으로 배치된 원은 모두 각도기와 같이 돌려서 조정하며 각도를 측정해 구면좌표계 상의 위치를 결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즉, 이것은 천구 상에 적용할 수 있는 좌표계인 지평좌표계와 적도좌표계에서 임의의 천체의 위치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한 각도기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구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초/중학교 시절 수행평가 등에 많이 사용했던 '태양방위각 및 고도측정기' 가 있다. 이것은 지평좌표계에서의 방위각 및 고도측정만을 할 수 있지만, 훨씬 단순화된 구조를 가진다.

[그림 1.2]

[그림 1.2] 는 두 기기의 구조가 어떠한 면에서 유사한지를 나타낸 비교 그림이다. 특히, (b) 에는 소간의의 각 세부구조의 명칭이 표시되어 있다.

1.3 소간의의 세부구조


소간의에는 사유환, 백각환, 적도환 등 '환' 으로 끝나는 총 세 개의 원형 구조를 찾을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각도기 역할을 한다. 지면이나 적도면에 수직하게 배치된 것은 고도/위도나 관련 있으며, 수평하게 배치된 것들은 방위각/경도와 관련 있다. 백각환과 적도환은 각도의 단위가 다르다는 차이를 보인다. 사유환과 적도환은 원주, 즉 라디안 2π를 지구의 공전주기(주천도, 항성년)인 365.2575(칠정산내편)에서 1일을 1도로 환산한 365.2575로 나눈 각도의 단위를 쓴다. 반면 백각환은 12시를 100각으로 나눈다.

[그림 1.2] 에서 표시된 것과 같이, 두 구조가 유사하다면 기둥과 백각환, 적도환은 고정된 채로 사유환 및 규형을 움직여 좌표를 측정했을 것이다.

1.4 소간의의 사용


소간의는 크기가 크고 복잡해 도무지 이동이 불가능한 간의라는 것을 이동이 가능하도록 간소화시킨 것이다. 물론 그래도 여전히 복잡한 구조이기에, 그 자체를 들고 이동하기보다는 분해해서 몇 명이 혹은 여러 번에 걸쳐 들고 옮기지 않았을까? 앞에서 말했듯, 사용하는 좌표계에 맞게 두 기둥 중 한쪽으로 꽂아서 좌표를 측정한다. 지평좌표계를 사용할 경우 기둥을 천정에 향하도록, 적도좌표계를 사용할 경우 북극성을 향하도록 한다. 적도좌표계를 사용한다고 할 때, 아래의 [그림 1.3] 과 [그림 1.4] 와 같이 사용된다.

1.4.1 거극도 측정


[그림 1.3]

[그림 1.3] 에서 북극성 방향과 관측자가 보는 방향의 각도를 구하면, 90˚에서 그 위치의 적위를 뺀 값이 됨을 알 수 있는데, 이 값을 거극도라고 한다. 앞에서 수직하게 배치된 사유환이 적위와 관련 있다고 한 것은 이런 의미이다. 물론 소간의가 실제로 사용된 과거에서 90˚를 실제로 적용하면 안 된다. 여기에서 90˚는 라디안으로 π/2 에 해당하는 값이지만, 당시의 π/2 값은 주천도의 1/4, 주천 상한이라고 하는 91.314375도 였다. 거극도를 적위로 환산한다면 측정값을 주천상한인 91.314375에서 뺀 후 360/365.2575 를 곱해 주면 된다.

$$δ=(91.314375-θ)(\frac{360}{365.2575})$$[식 1.1]

위 [식 1.1] 의 단위는 ˚이다.

1.4.2 입수도 측정


[그림 1.4]

적경의 경우 현대에는 춘분점이 그 기준이 되지만(0h) 당시에는 그러한 기준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적도상에 분포하는 28수의 수거성의 위치를 기준으로 했다. 수거성이라는 단어의 한자를 해석하면 해당 수에서 가장 밝은 별이라는 뜻이 되므로, 현대적 의미는 알파별 정도라고 보면 된다. 적도평면에서 이 수거성으로부터 관측성까지의 각도를 잰 것을 입수도라고 한다. 이것 역시, 2π=365.2575° 의 단위로 측정하였으며 현대 적경을 시간각 2π=24h 로 측정하기에 입수도를 현대 사용하는 적경 개념으로 환산하려면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α=α_a+φ(\frac{24}{365.2575})$$[식 1.2]

위 [식 1.2] 의 단위는 h이며, $$α_a$$는 수거성의 적경이다. 이것은 [그림 1.4] 에서와 같이 입수도 역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측정되었을 때 성립한다.

[그림 1.5]

이렇게 측정한 거극도 및 입수도로 [그림 1.5] 와 같이 구면좌표계에서 천체의 위치를 결정할 수 있다. [그림 1.5] 에서는 편의상 θ 와 φ 를 사용한다.

방위각과 고도의 경우 소간의에서 어떻게 측정했다 하는 자료가 없어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간의에서의 경우 24방위와 고도를 가지고 결정했다고 하니 현대와 똑같이 방위각과 고도를 가지고 위치를 나타내었다고 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자세한 것은 간의를 다룰 때 함께 다루도록 하겠다.

1.5 결론


소간의의 구조 및 세부구조, 현대의 천체좌표측정기와의 비교, 실제 사용 방식 및 현대 사용하는 적도좌표계의 적위와 적경 값으로의 환산 방법까지 다루어 보았다. 앞으로 더 다양한 기기들에 대해 비슷한 관점으로 최대한 풍부하고 흥미로운 내용을 다루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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