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정산내편 및 외편과 케플러 제2법칙의 연관성


사심가득 gif

1. 들어가며

최근 조선시대 배경의 신작을 구상하면서 이에 대한 자료수집 목적으로 여러 연구논문, 서적, 웹 페이지를 닥치는 대로 읽고, 스토리 내에 사용될 이벤트 등을 되도록이면 정확히 맞추기 위해 스텔라리움 등의 프로그램과 병행할 목적으로 당대에 사용되었던 역법서인 <칠정산>을 파헤치고 있다

<칠정산>에 관한 글이야 검색만 하면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차고 넘치지만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칠정산><내편><외편>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내편>은 원나라의 수시력을, 외편은 아랍의 회회력을 기반으로 조선(한양) 기준으로 고친 것이다. 이들의 전체적인 구조와 내용, 그리고 대체 어느 항목을 한양 기준으로 고치거나 추가한 것인지, 정말 네이버에 검색하기만 하면 나오는 것처럼 이순지는 지동설을 주장했는지(;;) 설명하고자 하면 끝이 없지만, 이 글은 <칠정산> 전체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쓰고 있는 글이 아니라 그 중 일부 항목을 케플러 법칙과 연관짓고자 쓰고 있는 글이기 때문에 다음으로 미루도록 하겠다.

당대 사람들은 이미 태양이나 달의 운행에서 속도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는 <칠정산내편법>뿐 아니라 수시력법에서도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그들은 태양과 달이 어느 점에 있는지 정확히 알기 위하여(예를 들면 절기일을 계산하고, 삭망의 시각을 알려고 할 때) 태양(정확히는 지구)과 달의 평균적인 속도만을 고려하지 않고 이미 근점으로부터 시간에 대한 속도 변화를 고려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구의 근일점과 달의 근지점 부근에서 공전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 반대로 지구의 원일점과 달의 원지점 부근에서 공전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것이 케플러 제2법칙까지의 유도에 대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그들이 이 속도 변화를 알아내기 위해 사용한 값들이 비교적 정확하다면 타원궤도를 가정했을 때 공전궤도에서의 면적속도가 변하지 않고 일정하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수시력법 혹은 <내편법>만 가지고는 태양이나 달이 그냥 원주 상에서 빠르거나 느리게 이동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들의 이동속도 변화가 천체까지의 거리와 상관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애초에 그들은 근일점이니 근지점이니 하는 용어들도 사용하고 있지 않다. 수시력법 및 <내편>에서는 천체들이 실제로 지구로부터 멀리 있는지 가까이 있는지 여부를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회력법을 기반으로 한 <외편>에서 태양과 달까지의 거리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등장한다. 그것은 바로 이들 두 천체의 시직경이다. 거리에 대한 정량적인 값은 알 수 없지만 가장 가까울 때와 가장 멀 때의 거리비 정도는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외편>에 실려 있는 표 중 이들 두 천체의 시직경 변화를 담고 있는 표를 찾을 수 있는데, 이것으로부터 당시 사람들이 천체의 공전속도 변화뿐 아니라 그 천체까지의 거리 변화에 대한 단서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표에 실려 있는 시직경 변화의 최대·최소를 실제 시직경의 최대·최소라고 가정하고, 타원 궤도에서 공전궤도 이심률을 계산할 수 있다.

우선 지구공전궤도와 달공전궤도의 두 부분으로 나누어 <내편>에 수록된 항목들 중 케플러 법칙과 관련지을 수 있는 몇몇 상수들과, 지구·달의 공전속도 변화를 담은 표에 대해 설명한다. 그 다음 해당 데이터에서 공전속도 변화를 어떻게 나타내고 있는지 알아본 후 시간단위당 공전속도를 구한다.

그리고 이 속도변화 데이터의 정확성을 알아본다. 실제 지구 또는 달의 궤도이심률을 가지고 궤도장반경이 1이라고 가정하고 중심각 θ에 대한 천체까지의 거리를 구한다. 이 값들로부터 각 시간단위에 대한 면적 속도를 구한 뒤 일정하다고 볼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면적속도가 일정하다면 <내편>에 수록된 공전속도 변화 데이터 역시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지구와 달의 궤도가 타원 궤도임을 알고 있을 때를 가정하여 <외편>의 시직경 최댓값과 최솟값으로부터 이심률을 구한다. , <외편>에 수록된 시직경 변화는 관측방법의 한계로 인해 정확한 값이 아니며, 이 시직경 변화를 통해 추산된 이심률 역시 정확한 값이 아니다. 따라서 앞에서 사용했던 실제 이심률과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값을 이용해서도 동일한 방법으로 면적 속도를 구한다. 그 이유는 앞에서 구한 면적 속도는 현대에 와서 정밀한 관측을 통해 얻어낸 궤도이심률을 사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며, <칠정산>으로부터 면적 속도 일정 법칙을 유도할 때 궤도이심률에 대한 단서가 될 만한 것은 <외편> 에 나온 시직경을 비롯한 몇몇 파라미터들뿐이기 때문이다.

들어가기 전에 확실히 해야 할 것을 몇 가지 설명하겠다

첫번째로 여기에서 사용하고자 하는 상수값과 데이터들은 모두 <칠정산> 에서 가져온 것이지만, <내편>의 데이터의 경우에는 수시력이나 대통력 에서도 같은 값을 사용하고 있으며, <외편> 의 데이터 역시 마찬가지로 회회력에서 가져온 값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값들이 정확하다고 해서 <칠정산> 만의 우수성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두번째로 앞으로의 결과들은 어디까지나 지구, 달궤도가 타원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음을 가정하고 있다. 이미 케플러의 법칙을 아는 상태에서 관측 데이터를 가지고 케플러의 법칙을 유도하기는 쉬우나, 관측 데이터만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케플러의 법칙을 유도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만 수시력에서는 동양의 천원지방 사상이 기본이므로 태양과 달의 천구상 위치를 중요하게 보았으며, 회회력이 기반을 둔 것은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이었기에 이심원과 주전원으로 시직경 변화를 설명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라. 여기에서 보이고자 하는 것은 케플러 제2법칙과의 연관성뿐이고 그 이상이 아니다.

세번째로 본 포스트는 개인 창작 서사 구상을 위한 자료 수집의 일환으로 쓰여진 글이다. 계산을 수행하고 얻은 결과들은 창작 서사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작성자 와플을 제외한 타인이 이 포스트를 창작물에 참고하는 것을 막을 생각은 없으나, 실제로 시헌력법이 도입되기 이전 사람들은 케플러 법칙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으니 실제 역사를 다루는 내용이 주가 되는 서사에서는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2. 지구궤도의 이심률 및 면적속도

2.1 영초축말한과 축초영말한

영초축말한 및 축초영말한 은 <내편> 에서 태양운행의 지속을 표현하는 상수들이다. 원래 이 값은 지구궤도에서 근일점이나 원일점과 상관없이, 사정(춘분, 하지, 추분, 동지) 사이의 시간을 나타내는 데 사용하는 값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지(二至) 즉 동지와 하지가 지구궤도의 근일점 및 원일점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러므로 근일점을 동지점으로 보았고, 원일점을 하지점으로 볼 수 있었다. 또 춘분점 및 추분점은 태양의 황경이 근일점으로부터 각각 90, 270도만큼 떨어져 있는 촛대높이 지점과 같았다.


[그림 1] 영초축말한과 축초영말한의 의미

여기에서, ‘영초’, ‘영말’, ‘축초’, ‘축말과 같은 용어들을 도입한다. [그림 1]은 이러한 용어들의 의미를 간략하게 나타내고 있다. ‘영초란 동지점부터 춘분점 사이의 시간이며, ‘영말이란 춘분점부터 하지점까지의 시간이다. 둘을 합쳐 영력이라고 부른다. 축초란 하지점부터 추분점 사이의 시간이며, ‘축말은 추분점부터 동지점까지의 시간이며 둘을 합쳐 축력이라고 부른다. 동지점과 하지점이 각각 근일점과 원일점일 경우 영력, 축력은 각각 반 회귀년과 같고, 영초와 축말, 그리고 축초와 영말의 길이가 같게 된다.

[ 1] 영초, 영말, 축초, 축말의 정의

이것들은 [1]에 정리되어 있다. 영초축말한 및 축초영말한 값은 지구 공전궤도 이심률, 궤도장반경, 중력상수와 태양질량을 알 때 케플러식을 이용해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영력과 축력을 나누는 기준은 동지 및 하지점이 아니라 근일점과 원일점이 되어야 하며, 영초축말한은 근일점에서 촛대높이까지의 시간 간격, 축초영말한은 촛대높이에서 원일점까지의 시간간격을 의미하게 된다. 타원궤도에서 케플러식은 다음과 같다.

 
[그림 2] 타원궤도에서 케플러식

$$t_2 - t_1=\sqrt{a^3\over GM}\left\{E_2 - E_1-e(\sin E_2 - \sin E_1)\right\}$$
[1]

E1 E2는 편심이각으로, 타원궤도에 외접하는 원에 수직으로 선을 그었을 때 만나는 점과의 각도이다이 각은 간단한 기하로 구할 수 있으며, arccos e와 같다. 지구궤도에서 이심률은 0.0167이다. t2와 t1은 두 점 사이의 시간이며 구하고자 하는 영초축말한과 같다. 값을 대입하여 t2- t1을 구하면, 88.824052 라는 값을 얻는다. <내편>의 영초축말한 값인 88.909225와 비교하면, <내편> 값의 오차율은 0.096%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편>에서의 지구공전속도 변화 데이터는 어떨까.

2.2 태양 동·하지전후 2상 영초축말한·축초영말한

<내편>에서는 태양의 평균운동과 실제운동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였고 그 차를 구하기 위해 사용하였던 표가 바로 '태양 동·하지전후 2상 영초축말한·축초영말한' 이다. 이것은 5열 95행으로 이루어진 표인데, 그 기본 형식은 다음과 같다.

[표 2] 태양 동·하지전후 2상 영초축말한·축초영말한. 2,3열에 영초축말한에 해당하는 90행과, 4,5열에 축초영말한에 해당하는 95행이 있다.

먼저 첫번째 열은 적일(積日)로 동지 혹은 하지로부터 경과된 날이다. 두번째, 세번째 열은 모두 동지 후 춘분 전까지의 적일에 대한 값으로 0에서 88.91까지 모두 90행이다. 두번째 열은 영축 가분으로 해당 적일에 평균 태양과 실제 태양이 움직인 거리의 차이이다. 세번째 열은 영축적 으로 해당 적일에 평균 태양과 실제 태양의 차이이다. 영축적은 그날까지의 영축 가분의 누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네번째, 다섯번째 열은 두번째, 세번째 열과 그 개념이 같지만 하지 후 추분 이전에 관한 값으로 0에서 93. 71까지 모두 95행이 있다.

영축 가분의 서로 이웃한 행끼리의 차이와 그 이웃한 행끼리의 차이가 같음을 통해 영축 가분이 이차근사식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이차식은 다음과 같다.

$$(\text{영축 가분}) = 510.8569 - (0.0093*(\text{적일})+4.9293)*(\text{적일}) $$
[식 2, 동지후 영축가분]

$$(\text{영축 가분}) = -484.8473 + (0.0081*(183-(\text{적일}))+4.4281)*(183-(\text{적일})) $$
[식 3, 춘분후 영축가분]

적일에 대한 동지후영축가분을 그래프로 나타내면 [그림 3]과 같은 2차 곡선을 볼 수 있으며, 이 2차 곡선은 89일째를 기준으로 다른 근사식을 사용하므로 변곡된다.

[그림 3] 적일에 따른 동지후영축가분.

이 값들의 단위는 일 이하 분으로, 510.8569분이라면 0.05108569일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값은 원래 시간 단위가 아니라 각도 단위로 나타내어져야 하는 것으로서, 표에 510.8569분이라고 되어 있다면 실제로는 평균 태양과 실제 태양이 움직인 거리의 차이가 0.05108569 도 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각도 단위 역시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단위는 아니다. <내편>에 사용되었던 단위는 1항성년의 길이를 가지고 만든 단위로서 원주의 중심각이 1항성년인 365.2575도이다. 이러한 단위를 사용한다면 평균 태양의 이동속도는 언제나 하루에 1도씩을 이동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제 태양이 하루에 이동한 각도는 (1+영축가분)도 만큼 이동하는 것이다. 이것을 지구타원궤도에서 지구가 하루 동안 공전한 호의 중심각 Δθ이라고 하자.

[그림 4] 동지 후 적일에 따른 지구 공전 속도. 단위는 도/일 이다.

적일에 대한 Δθ을 그래프로 그리면 [그림 4]와 같다.

2.3 실제 이심률 기준 면적 속도

면적 속도를 구한다. 먼저 궤도장반경이 1이고 이심률이 지구의 실제 이심률과 같은 타원 궤도를 설정한다. 근일점으로부터 적일 n일이 지난 후 근점으로부터 지구의 위치까지의 각도는 Δθ의 누적 θ이다. 타원을 극좌표로 나타내는 방법으로부터 근일점으로부터 θ만큼 떨어져 있을 때 태양으로부터 지구까지의 거리 r은,

$$r = {a(1-e^2)\over 1+e \cos \theta}$$
[식 4]

으로 구해진다. 다음으로 태양으로부터 지구까지의 거리 r이 Δθ만큼 공전했을 때 실제로 쓸고 간 면적을 구한다. 이것은 부채꼴의 넓이를 구하는 방법으로부터 출발하는데, 부채꼴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은 θ를 라디안 값으로 나타내었을 때

[그림 5] 부채꼴의 넓이를 구하는 방법

$$S = {r^2\theta\over 2}$$


[식 5]

이다. 지구가 거의 원에 가까운 궤도를 돌며, 각도 θ가 매우 작은 값임을 고려하여 부채꼴의 넓이 공식을 그대로 사용한다. 각도 θ는 Δθ의 누적으로 라디안으로 환산해야 한다. 적일에 따라 면적속도를 계산하면, 다음과 같은 그래프를 얻는다.

[그림 6] 실제 이심률 기준으로 구한 적일에 따른 지구 공전 면적 속도.

근사로부터 구한 면적 속도이므로, 유의미한 값이라 할 수 있으려면 면적 속도의 최대·최소 값 차이도 작아야 하지만, 이것이 공전속도의 최대·최소값 차이에 비해 유의미하게 작아야 한다. 면적 속도와 공전 속도의 (최댓값-최솟값)/최솟값 을 각각 계산하여 f 라고 할 때, f 값끼리의 비를 r이라고 한다. 단, 면적속도와 공전속도 그래프의 기울기 경향성이 서로 반대일 경우 마이너스 부호를 붙인다. r이 0에 가까울수록 데이터는 케플러 법칙을 잘 반영한다. 실제 이심률로부터 구한 r값은 0.35 이다.

2.4 <외편> 데이터로부터 얻은 이심률과 면적 속도

<외편> 에서, 태양의 시직경은 '태양 경분' 으로 주어진다. [표 3] 의 네번째 열을 통해 태양 경분 값의 대체적인 범위를 알 수 있다.

[표 3] <외편>에서 태양과 달의 시직경이 실린 표이다.
<외편>은 동양 역법인 수시력이 아닌 회회력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원주 = 360도이며 1도 = 60분 = 3600초인 각도 단위를 사용한다. 그러므로 위의 태양 경분 값은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단위로 표시되어 있다. <외편>에서 태양 경분의 최대는 34분 48초이며, 최소는 32분 26초이다. 태양 시직경의 현대 측정값은 대략 31.5분에서 32.5분 정도로, <외편>에서의 태양 시직경은 실제 값과 약 1-2분 정도의 차이가 있다. 근일점과 원일점에서의 거리비로 이심률을 바로 계산할 수 있다. 태양 시직경이 매우 작으므로 다음과 같이 근사할 수 있다.

$${\theta_q \over \theta_Q} \sim {Q \over q} = {(1+e)\over(1-e)} $$
[식 6]

이심률을 구하면 e~0.035 라는 값을 얻는다. 이는 이론값인 e=0.0167 보다 큰 값이다. 이 이심률을 적용해 구한 면적 속도의 그래프는 [그림 7]과 같다.

[그림 7] <외편> 의 태양 시직경으로부터 구한 지구궤도 이심률을 사용하여 계산한 면적속도.

이것은 [그림 6]의 면적속도 곡선에 비해 직선에서 벗어난 곡선을 보여주고 있다. 근일점 부근에서 면적속도가 감소하고 원일점 부근에서 면적속도가 증가하는 것은 이심률을 실제값보다 크게 계산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또 <내편>에 실린 수시력에 바탕을 둔 공전속도값은 비교적 정확하지만, <외편> 에 실린 태양 시직경은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결과값으로부터 구한 r값은 -0.54이다.

3. 달궤도의 이심률 및 면적속도

3.1 전종일과 한수

<내편>에서 '전종일'은 근점월을 의미하며 27.5546일이다. 이 개념 역시 달이 실제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 것과 상관없이 달의 공전속도가 느려졌다 빨라지는 것이 기준인 것 같다.

전종일의 27.5546일을 보다 짧은 정수의 시간 단위로 나누기 위해 1전종일 = 336한이라는 새로운 단위를 도입한다. 이는 달이 1근점월 동안 이동하는 시간을 336한으로 쪼갠 것이다. 이 336한은 원주 2π를 돌 때와 완전히 같은 시간은 아닌데 그 이유는 달이 2π만큼 도는 것을 기준으로 한 공전주기는 근점월이 아닌 배경 별을 기준으로 한 항성월이기 때문이다. <내편>의 상수 중에서는 달의 항성월에 대한 상수가 따로 없지만 다른 값들에 내재된 상태의 항성월을 구할 수 있고 그 값은 27.3126일이다. 이 27.3126은 근점월인 27.5546보다 조금 작은 값인데 따라서 336한 동안 달이 이동한 각도는 원주 2π보다 약간 큰 값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을 가지고 달의 평균한행도, 즉 평균태음이 1한을 움직이는 동안 이동한 도수를 알 수 있는데 항성월 27.3126일을 주천도 365.2575도로 놓으면 근점월 27.5일은 이보다 약간 큰 값인 368.3600도가 된다. 즉 1근점월 동안 달은 368.3600도를 이동한다. 이 368.3600도를 1근점월인 336한으로 나누면 달이 1한 동안 얼만큼 이동했는지 구해지며, 그 값은 1.0963도 이다.

3.2 태음한수지질도

<내편>에서 달의 평균운동과 실제운동의 차이가 있다는 것 역시 고려하였고 그 차를 구하기 위해 사용하였던 표가 바로 '태음한수지질도' 이다. 이것은 6열 169행으로 이루어진 표인데, 그 기본 형식은 다음과 같다.

[표 4] 태음한수지질도. 전종일의 절반에 해당하는 168한까지 총 169행이 있다.

태음한수지질도의 맨 첫번째 열은 한수이며, 그 기점은 달의 근지점이다. 손익분은 평균 달과 실제 달이 1한 동안 움직인 각도의 차이다. 지질도는 손익분의 누계이다. 질력한행도, 지력한행도는 실제로 달이 1한 동안 이동한 각도로, 달의 평균한행도 1.0963도에 손익분을 더하거나 빼면 된다. (당연히 손일 경우엔 빼고, 익일 경우엔 더한다.) 지구의 경우와 다르게, 면적속도를 구하는 데에 이 값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손익분도 마찬가지로 서로 이웃한 행끼리의 차이와 그 이웃한 행끼리의 차이가 같음을 통해 이차식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다음과 같다.

$$(\text{손익분}) = 11.081575 - 0.057175*(\text{한수})-0.000975*(\text{한수})^2 $$
[식 7, 질력 초한]
$$(\text{손익분}) = -11.081575 + 0.057175*(167-(\text{한수}))+0.000975*(167-(\text{한수}))^2 $$
[식 8, 질력 말한]

질력은 근지점에서 원지점까지의 기간이며, 초한과 말한은 질력을 절반으로 나눈 것이다. 한수에 따른 손익분을 그래프로 나타내면 [그림 8]과 같은 이차 곡선을 볼 수 있으며, 84일을 중심으로 점 대칭이다.

[그림 8] 달의 한수에 대한 손익분. 가로축은 한수이며, 세로축은 손익분을 나타내며 각도단위로 분수이다. 336의 1/4인 84 근처에서 그래프가 매끄럽지 못한데 이는 근사한 이차식의 x절편을 완전히 맞추지 못해 임의의 근사값을 지정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달의 공전속도를 구할 수 있는데, 이것은 손익분과 평균한행도를 가지고 직접 계산할 수도 있고 질력한행도를 참고할 수도 있다.

[그림 9] 근지점 이후 한수에 따른 달의 공전속도. 단위는 분/한 이다.

3.3 실제 이심률 기준 면적 속도

면적 속도를 계산하는 방법은 지구의 경우와 동일하다. 마찬가지로 공전속도를 라디안으로 환산한다. 달의 이심률은 0.0554, 궤도장반경 a는 편의상 1로 계산했다. 다음과 같은 그래프를 얻는다.

[그림 10] 한수에 따른 달의 공전 면적 속도.

실제 이심률로부터 구한 r값은 -0.19 이다. 이는 2.3에서 구했던 지구 궤도에서의 r보다 더 0에 가까운 값이다. 달의 경우 가깝고 이심률도 크며, 1근점월이 약 27.5일이기에 더 빠른 운행을 보이며 평균 달의 운동과의 큰 차이를 가져온다. 따라서 <내편>에서의 달 데이터는 태양에서의 그것보다 더 정확한 값을 보이고 있을 것이다.

3.4 <외편> 데이터로부터 얻은 이심률과 면적 속도

<외편> 에서, 달의 시직경은 '태음 경분' 으로 주어진다. [표 3] 의 일곱 번째 열을 통해 태음 경분 값의 대체적인 범위를 알 수 있다. <외편>에서 태음 경분의 최대는 36분 18초이며, 최소는 30분 50초이다. 달 시직경의 현대 측정값은 대략 29.5분에서 33.5분 정도로, <외편>에서의 달의 시직경은 실제 값과 약 1-3분 정도의 차이가 있다.

<외편>에서의 시직경 값으로부터 구한 달 궤도 이심률은 e~0.081로 이론값인 e=0.0554 보다 큰 값이다. 이 이심률을 적용해 구한 면적 속도의 그래프는 [그림 11]과 같다.

[그림 11] <외편> 의 달 시직경으로부터 구한 달 궤도 이심률을 사용하여 계산한 면적속도.

[그림 11] 역시 [그림 10]의 곡선에 비해 직선에서 벗어난 곡선을 보여 주는데, 특히 <외편>에서 구한 이심률을 이용한 [그림 7]보다도 더 벗어난 개형을 보여 준다. r 값은 -0.66인데, r 값이 0에서 더 크게 벗어난 것 역시 <외편> 의 태음 시직경의 오차가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4. 결과분석

4.1 공전속도와 거리의 관계

이는 2~3의 과정조차 필요 없이 <내편>과 <외편> 의 지식으로 당시 사람들이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관계성으로, 태양과 달까지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즉 시직경이 작아질수록 운행속도는 느려지고, 가까워질수록 즉 시직경이 커질수록 운행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이다. 그들은 태양과 달의 운행속도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망원경 없이 태양과 달의 시직경을 측정할 수 있었다.

아직 거기까지는 읽지 못했지만 <외편>에서 태양과 달의 시직경을 구한다 라는 제목이 있는 것으로 보아 태양의 황경과 시직경의 관계(동지점이 근일점이라고 보았으므로) 또는 입전일(근지점으로부터 잰 날짜이다)과 시직경의 관계 정도까지는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관계성 정도는 파악할 수 있겠지만 <외편>데이터를 사용한 2.4와 3.4로부터 얻은 r값이 0에서 크게 벗어나 있으므로, 이 데이터만을 가지고 면적속도가 항상 일정하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4.2 더 정확한 시직경 측정을 통한 면적 속도 일정 법칙 유도?

<내편>의 데이터와 실제 이심률을 종합해 구한 면적속도는 대체로 일정한 경향을 보이고 있고, 이는 2차 근사식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내편>에서 데이터의 오차가 크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혹시 정확한 시직경을 측정함으로써 면적속도가 일정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외편>에서의 태양 및 달 시직경이 어떤 방법으로 측정되었는지 알 수 없고, 육안으로 측정하려고 한다면 명백히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외편>에서보다 더 정확한 시직경 측정이 가능하다면 본 포스트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면적 속도가 일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근거는 2.4와 3.4로부터 얻은 r 값보다 2.3과 3.3으로부터 얻은 r 값이 더 0에 가깝다는 점, 2.3과 3.3의 그래프의 개형 등에서 찾을 수 있다.

4.3 한계

1) 본 포스트의 모든 계산의 전제는 지구와 달이 타원 궤도를 돌고 있음을 알고 있을 때를 가정했다. 즉 타원 궤도 개념을 도입하지 않는 이상 정량적인 관계는 알 수 없다.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고 믿었을 당시에도,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은 알았으니 달의 시직경 변화, 거리 변화를 보고 타원궤도임을 눈치챌 가능성은 없었을까?

2) 그런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외편>에 사용된 회회력은 어째선지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의 영향이 강하게 보인다. 주전원 및 이심원이 언급되며, 달의 시직경 변화 역시 주전원을 가지고 설명하고 있다. 간단한 일을 복잡하게 만들다니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만큼 원궤도에 대한 관념을 깨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긴 하다. 물론 타원 궤도임을 알았을 때 '면적 속도'라는 개념을 필연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는 근거도 없다.

3) 타원의 정의와, 타원의 정의로부터 극좌표에서 중심각 θ에 대한 타원 식을 유도하는 것, 이 식에 삼각비의 계산이 존재하는 것 등이 이 계산을 어렵게 만든다. 현대에 와서는 프로그램을 사용해 편하게 계산할 수 있지만 손으로 하기엔 어려운 것들이다.

4) 종합해 보자면, <내편> 및 <외편> 에서의 데이터는 케플러 제2법칙을 뒷받침하고 있기는 하다.(기반은 실제 관측 결과니까) 하지만 반대로 기초적인 지식 없이 이 데이터만을 토대로 면적 속도가 일정하다는 것을 유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걸 창작 서사에 써먹으려고 해도 서사가 충분히 받쳐 주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맨 앞에서 언급했던 세 번째 '확실히 해야 할 것' 이 중요해지고 있군. 끝!

5. 영업

결론에 뭘 써야 할지 모르겠고 참고문헌 쓰면 서치당할것같아 두려우니 영업글을 씁니다.

- 제 최애!! 비슷한 설정으로 커뮤에 제출했다가는 메리 수라고 욕먹을 게 뻔한 >어떻게 이렇게 내 취향 그대론데 현실 사람이었을 수 있지?< 급의 역사인물... 이순지 파세요.
- 국뽕이나 점성술 같은 데 빠진 사람들은 저랑 같이 파지 마시고 제발 그냥 지나가세요 그리고 엔간하면 거기서 나오는 걸 추천드립니다.
- 이순지 갠봇 구합니다 조건 좀 까다롭습니다 맞춤법이랑 접률은 안보구요 지식을 좀 봐요.. 트위터 @Owlbam_L로 디엠 주세요. 장난디엠 사절합니다(5.영업 항목 자체가 장난인거같은건 왜지
- 기왕 트위터 아이디 쓴 김에 제 헤더 봐주세요. 메인트윗도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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